「할 일이 없다」는 부모님, 노년 삶의 의미와 몸 움직이기

퇴직하신 지 몇 해가 지난 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드리면 「뭐 할 게 있어야지」 하는 말씀이 자주 돌아와요. 하루가 길다고 하시면서도, 막상 무얼 해 보시라 권하면 「이 나이에 뭘」 하고 손사래를 치시지요. 몸보다 마음이 먼저 주저앉는 것 같아 걱정이 커지는 순간이에요.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에는 「삶의 목적」도 들어 있어요
건강한 노화를 설명한 한 연구는 이것을 「뜻밖의 병이나 사고, 어려운 환경이 있더라도 나이 들어서까지 독립성과 삶의 목적, 활력, 삶의 질을 지켜 가는 힘」이라고 풀었어요 [2]. 병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하루를 살아갈 이유와 기운을 함께 지키는 것까지 건강으로 본 거예요.
같은 연구는 몸을 움직이는 일이 건강한 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했어요 [2]. 그리고 고르게 짜인 운동에는 매일의 유산소 활동, 근력, 균형, 유연성이 모두 들어간다고 설명했지요 [2]. 그런데 대부분의 어르신이 지금 권하는 주간 신체활동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도 짚었어요 [2]. 할 일이 없다는 말과 움직일 일이 없다는 말이, 어쩌면 같은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근력 운동이 마음 쪽에서 보여 준 변화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근력 운동 연구 21개, 모두 1,610명의 결과를 모아 분석한 연구가 있어요 [3]. 근력 운동을 한 쪽에서는 팔다리 근력뿐 아니라 삶의 질 가운데 정신 건강, 사회적 기능, 몸의 통증 같은 항목이 좋아졌고, 우울감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어요 [3]. 여기서 사회적 기능이란 다른 사람을 만나고 바깥 활동을 이어 가는 데 몸과 마음이 얼마나 받쳐 주는지를 말해요.
다만 모든 항목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어요. 활력, 삶의 질 전체 점수, 6분 동안 걷는 거리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고, 연구진도 아직은 첫 근거라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어요 [3]. 그래서 근력 운동을 하면 마음이 반드시 밝아진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몸을 쓰는 일과 마음의 상태가 서로 관련이 있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해요.
미국의 한 근력 운동 전문 단체도 입장문에서, 근력 운동이 근육과 힘뿐 아니라 이동 능력, 혼자 생활하는 힘, 심리적 안녕, 삶의 질과도 관련된다고 정리했어요 [1]. 그리고 어르신들이 근력 운동을 시작하지 못하게 막는 두려움과 걸림돌을 줄이는 것을 이 입장문의 목표 가운데 하나로 꼽았지요 [1]. 「이 나이에 뭘」이라는 말씀 뒤에는 이런 두려움이 숨어 있을 때가 많아요.
같은 입장문은 큰 병이 없더라도 나이가 들면 근육의 양과 힘, 몸의 기능이 줄어드는 변화가 함께 온다고 설명해요 [1]. 이런 변화는 몸이 버티는 힘을 떨어뜨리고, 넘어짐 같은 큰일에 더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지요 [1]. 그러니 「힘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씀과 「안 하니까 힘이 더 빠진다」는 걱정은 서로 맞물려 있는 셈이에요. 그 고리를 푸는 시작은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앉기처럼 집에서 바로 해 볼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이어도 괜찮아요. 처음에는 부모님이 편하신 만큼만, 아프거나 어지러우시면 바로 멈추는 것이 원칙이에요.
혼자보다 동네에서, 함께
연구는 의료진의 상담도 운동 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네에서 열리는 운동 모임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어요 [2]. 혼자 운동을 결심하는 것보다, 정해진 시간에 갈 곳이 있고 기다리는 얼굴이 있는 편이 훨씬 오래가기 마련이에요. 복지관이나 주민센터의 체조 교실, 동네 걷기 모임 같은 곳이 그 문이 될 수 있어요.
걷기는 운동이 아니라 세상과 다시 이어지는 문이에요. 문밖으로 한 걸음 나서면 인사할 이웃이 생기고, 다음 주에 다시 가야 할 이유가 생겨요. 삶의 의미는 거창한 계획보다 그렇게 작은 약속들에서 다시 자라나는 경우가 많아요. 「화요일 아침에는 체조 교실」, 「목요일 저녁에는 둑길 산책」처럼 요일마다 갈 곳이 하나씩 생기면, 할 일이 없다던 하루에 기다리는 시간이 생겨요. 자녀가 할 일은 그 약속을 대신 정해 드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고르실 수 있게 곁에서 함께 찾아 드리는 거예요.
숫자보다 「요즘 어떠세요」를 먼저
세계보건기구 지침은 어르신께 일주일에 근력 운동 2일 이상과 균형을 함께 쓰는 활동 3일 이상을 권해요 [7]. 하지만 이 숫자로 부모님을 다그칠 필요는 없어요. 지침도 권고량을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말해요 [7]. 숫자는 부모님의 평소를 알기 위한 것이지, 남과 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오늘 해 볼 작은 걸음
- 「요즘 하루가 어떠세요?」 여쭙기: 조언보다 먼저 부모님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들어 주세요. 무엇이 재미있고 무엇이 귀찮은지 듣다 보면 시작할 거리가 보여요.
- 동네에 갈 곳 하나 함께 찾기: 가까운 복지관이나 주민센터의 체조 교실, 걷기 모임 안내를 같이 찾아보세요. 처음 한 번은 같이 가 드리면 문턱이 훨씬 낮아져요.
- 같이 걷자는 한마디: 이번 주에 「저녁 먹고 같이 좀 걸어요」 하고 말씀드려 보세요. 무리하지 않는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다음에 또 걸을 날을 함께 정해 보세요.
참고한 자료
- Resistance Training for Older Adults: Position Statement From the National Strength and Conditioning Association., 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 2019
- Physical Activity and Healthy Aging., Clinics in geriatric medicine, 2020
-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esistance Training on Quality of Life, Depression, Muscle Strength, and Functional Exercise Capacity in Older Adults Aged 60 Years or More., Biological research for nursing, 2023
-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2020), 세계보건기구(WHO),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