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되신 부모님 건강, 곁에서 할 수 있는 일

초겨울 오후 저수지 둘레길을 아들과 나란히 천천히 걷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멀리서 그린 수채화

장례를 치르고 몇 주가 지나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는데, "밥은 먹었다" 한마디 뒤로 말씀이 이어지지 않으셨던 적이 있나요. 배우자를 여의고 혼자 되신 부모님 건강이 걱정되어 이 글을 찾으셨다면,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큰 힘이에요. 먼저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슬픔은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에요. 오래 함께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오늘은 늦은 나이의 사별과 외로움, 사람 만남, 몸 움직임을 다룬 연구들을 차분히 살펴볼게요.

많은 분이 자기 속도로 다시 일어서세요

2024년 심리학 학술지에 실린 문헌고찰은 늦은 나이의 사별을 다룬 연구들을 정리했어요 [1]. 많은 어르신이 가까운 사람을 잃은 뒤에도 잘 적응하고 회복하는 힘을 보였지만, 적지 않은 일부는 마음과 몸 건강이 흔들릴 위험이 있었다고 해요 [1]. 사별한 어르신에게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흔하고, 그것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어요 [1].

사람마다 다른 모습은 2015년 노년학 학술지 연구에서도 보였어요 [2]. 최근 5년 안에 배우자를 여읜 60~89세 어르신 402명을 살펴보니, 크게 흔들리지 않은 쪽이 54%, 힘들어도 견뎌 나가는 쪽이 39%, 많이 힘들어하는 쪽이 7%였어요 [2].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마음의 회복력과 성격, 그리고 떠난 분과의 관계와 이별을 어떻게 겪었는지와 관련이 있었다고 해요 [2]. 그러니 부모님이 지금 어떤 모습이시든, 잘 견디신다 못 견디신다로 나눠 볼 필요는 없어요.

사별 뒤 만남은 시간에 따라 달라졌어요

2022년 노년학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고령화연구패널 자료로 남편을 여읜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를 12년에 걸쳐 따라갔어요 [3]. 비슷한 나이의 배우자가 있는 분들과 견줘 보니, 사별 뒤에 자녀를 만나고 연락하는 일, 친구를 만나는 일, 모임에 나가는 일이 모두 늘어나는 쪽이었어요 [3].

눈여겨볼 것은 그 시기예요. 자녀와의 만남과 연락은 사별 직후에 가장 많았다가 일찍 줄어들었고, 친구 만남과 모임 참석은 조금 늦게 늘어나 오래 이어졌어요 [3]. 연구진은 시간이 지나며 자녀와의 연락이 가족 밖의 관계로 조금씩 옮겨 간다고 해석했어요. 장례 직후에는 자녀들이 자주 찾아뵙다가 몇 달 뒤 뜸해지기 쉬운 우리 모습과도 닮았지요.

외로움은 몸 움직임과도 이어져 있었어요

2024년 한 공중보건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미국 어르신 1,931명을 평균 4.8년 동안 지켜봤어요 [4]. 배우자를 여읜 분들 가운데 외롭다고 느끼던 분은 그렇지 않은 분보다 해마다 걷기, 정원 가꾸기 같은 활동이 더 많이 줄어드는 쪽이었어요 [4]. 결혼해 배우자와 지내는 분이나 결혼하지 않은 분들에게서는 이런 관련이 뚜렷하지 않았다고 해요 [4]. 혼자 되신 뒤의 외로움이 바깥 걸음과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사람과 다시 이어지는 일

2021년 노화와 정신건강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일본 65세 이상 남성 20,853명과 여성 16,858명의 자료를 살펴봤어요 [5]. 배우자를 여읜 뒤 혼자 살게 된 남성에게서 우울 증상이 늘어나는 모습이 특히 뚜렷했어요. 그런데 이분들 가운데 사별 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나 모임에 나가는 일이 늘어난 분들은 우울 증상이 덜 늘어나는 쪽으로 보였어요 [5]. 다만 이런 관련은 성별, 함께 사는 사람, 사별 뒤 지난 시간에 따라 달랐다고 해요.

이 연구들로 말할 수 없는 것

402명을 살펴본 연구는 한 시점만 본 조사였어요 [2]. 나머지 연구도 사람들을 지켜본 관찰연구라서 [3][4][5], 모임에 나가시면 슬픔이 줄어든다거나 외로움 때문에 활동이 줄었다고 원인과 결과로 말할 수는 없어요. 나라와 시대가 다르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고요. 무엇보다 사별 뒤의 시간은 사람마다 달라요. 다만 잠과 식사가 오래 무너지거나 일상을 이어 가기 어려워 보이신다면, 의료진과 상의해 보시는 것이 좋아요.

이번 주에 자녀가 해 볼 수 있는 일

  •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에 전화를 드려 보세요. 장례 직후만이 아니라 몇 달, 몇 해가 지나도 이어지는 연락이 중요해요.
  • 떠나신 분 이야기를 꺼내시면 말을 돌리지 말고 그대로 들어 드리세요. 함께 그리워하는 시간도 돌봄이에요.
  • 찾아뵐 때는 장보기나 동네 한 바퀴처럼 함께 걷는 일을 하나 넣어 보세요.
  • 예전에 다니시던 모임, 가까운 경로당이나 복지관 프로그램을 함께 알아봐 드리세요. 다만 서두르지 말고, 부모님이 마음이 날 때 고르시게 해 주세요.
  • 혼자 살게 되신 아버지라면 조금 더 자주 안부를 여쭤 보세요.

슬픔 곁에 머무는 일

혼자 되신 부모님께 필요한 것은 슬픔을 빨리 끝내 드리는 일이 아니라, 그 시간을 혼자 보내시지 않게 곁에 있어 드리는 일이에요. 이번 주에는 부모님께 "오늘 같이 좀 걸을까요?" 하고 먼저 청해 보시면 어떨까요? 천천히 걷는 그 길이 부모님 하루의 작은 기둥이 될 수 있어요.

참고한 자료

  1. Widowhood and bereavement in late life.,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2024
  2. Patterns of Psychological Adaptation to Spousal Bereavement in Old Age., Gerontology, 2015
  3. Social Participation in Widowhood: Evidence From a 12-Year Panel., The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B, Psychological sciences and social sciences, 2022
  4. Loneliness predicts decreased physical activity in widowed but not married or unmarried individuals., Frontiers in public health, 2024
  5. Can social capital moderate the impact of widowhood on depressive symptoms? A fixed-effects longitudinal analysis., Aging & mental health,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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