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산책이 부모님의 걷기를 이어 줄 때

강아지를 데리고 꽃이 핀 아파트 단지를 걷는 할아버지를 그린 수채화

주말에 부모님 댁에 들렀는데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어요. 어머니 말씀이 "강아지 데리고 나갔지, 요즘은 저 녀석 때문에 하루 두 번은 나가" 하셨어요. 몇 해 전만 해도 운동 좀 하시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시던 분이었는데, 강아지가 졸라 대니 비가 와도 우산을 들고 나가신대요. 반려견과의 산책은 정말 걷기를 늘려 줄까요? 연구가 알려 준 것을 차근차근 살펴볼게요.

개를 키우는 사람은 정말 더 걸을까요

개를 키우는 사람과 키우지 않는 사람의 활동량을 비교한 연구 29편을 모아 정리한 종설이 있어요 [3]. 개를 키우는 사람 가운데 약 60%가 개와 산책을 했고, 산책 시간의 중간값은 일주일에 160분, 횟수는 일주일에 4번 정도였어요 [3]. 여러 연구를 합쳐 계산해 보니, 개를 키우는 사람이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더 많이 걷고 몸을 더 많이 움직이는 쪽으로 나타났어요 [3]. 다만 그 차이는 작거나 중간 정도였다고 해요 [3].

이 숫자가 반가운 까닭이 있어요. 세계보건기구는 65세 이상 어르신께 일주일에 중간 강도 유산소 활동 150~300분을 권하거든요 [7]. 개와 꾸준히 산책하는 분이라면 이 권고에 꽤 가까이 다가가 있는 셈이에요.

산책이 의무가 되면 걷기가 이어져요

혼자 걷기를 다짐하면 날씨가 궂거나 몸이 무거운 날 쉽게 건너뛰게 돼요. 그런데 강아지는 그런 사정을 봐주지 않아요. 문 앞에 앉아 꼬리를 흔들며 기다리니, 나갈 수밖에 없지요.

개 주인 49명을 두 무리로 나누어, 한쪽에만 개 산책을 북돋는 안내 메일을 보낸 작은 시험 연구가 있어요 [6]. 연구가 끝난 뒤 일주일 개 산책 시간이 안내를 받지 않은 무리는 19.4분, 안내를 받은 무리는 79.3분으로 늘었어요 [6]. 참여자들은 대체로 중년이었고 사람 수도 적어서 이것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개를 위해 나가야지" 하는 마음에 작은 응원 한마디가 더해지면 걷기가 훨씬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요.

이 연구에서 눈여겨볼 점은 메일이 대단한 내용이 아니었다는 것이에요. 참여자들은 메일이 읽기 쉽고 보내는 횟수도 알맞았다고 답했어요 [6]. 거창한 운동 계획이 아니라, 잊지 않게 건네는 짧은 말이 걷기를 이어 가는 데 힘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부모님께도 마찬가지예요. "운동하셔야 해요"라는 잔소리보다 "오늘 강아지 산책은 어디로 가셨어요?"라는 다정한 물음이 더 오래 남아요.

연구가 아직 말하지 못한 것도 있어요

솔직하게 짚어 둘 점이 있어요.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한 시점에 사람들을 조사한 것이라, 개를 키워서 더 걷게 된 것인지 원래 잘 걷는 사람이 개를 키우는 것인지 가려내기 어려워요 [3]. 그래서 연구진도 오랜 기간 지켜보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했어요 [3]. 어르신만 따로 살펴본 연구도 아직 많지 않아요.

그래서 "걷기를 늘리려면 개를 키우세요"라고 권할 수는 없어요. 개를 돌보는 일은 먹이, 병원, 털 관리까지 손이 많이 가고, 부모님의 몸 상태와 생활에 맞는지 먼저 생각해야 해요. 이미 반려견과 지내고 계신다면, 그 산책 시간이 부모님 하루에서 얼마나 소중한 걷기인지 알아봐 드리는 것으로 충분해요. 개를 키우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이웃 강아지와 함께 걷거나, 정해진 시간에 같은 길을 걷는 산책 친구를 만드는 것도 비슷한 힘이 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강아지 자체보다 "나가야 할 까닭"이 매일 생긴다는 점이니까요.

산책길은 동네와 이어지는 길이에요

반려견 산책이 좋은 까닭은 걸음 수만이 아니에요. 개를 데리고 나가면 같은 시간에 산책하는 이웃과 눈인사를 나누고, 강아지 이름을 묻고 답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시작돼요. 걷기는 운동이기 전에 세상과 다시 이어지는 문이에요. 혼자 지내시는 부모님께 이 문을 매일 열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에요.

손주가 있다면 함께 나서는 것도 좋아요. 가족이 개를 키우는 아이들의 활동량을 비교한 연구 9편 가운데 77.8%가 개를 키우는 쪽이 더 활발한 관련을 보고했어요 [1].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주가 강아지 줄을 번갈아 잡고 걷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흐뭇해요.

오늘 해 볼 작은 걸음

  • 산책 이야기 여쭙기: 전화할 때 "오늘 강아지랑 어디까지 다녀오셨어요?" 하고 물어보세요. 산책 시간이 부모님의 평소를 알 수 있는 좋은 창이에요.
  • 한 번은 같이 걷기: 다음에 찾아뵐 때 산책을 따라나서 보세요. 늘 다니시는 길에 넘어질 만한 곳이나 어두운 곳은 없는지 함께 살펴 드릴 수 있어요.
  • 안전한 줄과 신발 챙기기: 개가 갑자기 당기면 중심을 잃을 수 있어요. 손목에 감지 않는 편한 줄과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를 챙겨 드리면 좋아요.

강아지 덕분에 나가시는 걸음도, 우리가 같이 걷자고 건네는 한마디도 모두 부모님을 문밖으로 이끄는 힘이에요.

참고한 자료

  1. Family Dog Ownership and Youth Physical Activity Levels: A Scoping Review., Current sports medicine reports, 2022
  2. Dog ownership and physical activity: a review of the evidence., Journal of physical activity & health, 2013
  3. Dogs, physical activity, and walking (dogs PAW): acceptability and feasibility of a pilot physical activity intervention., Health promotion practice, 2015
  4.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2020), 세계보건기구(WHO),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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