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기억력이 걱정될 때, 운동과 뇌 건강 연구가 알려 준 것

전화 너머로 어머니가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하셨어요. 지난주에 들은 이웃 소식을 처음 듣는 것처럼 다시 들려주시는데, 웃으며 맞장구를 치면서도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어요. 부모님 기억력이 걱정되기 시작하면 "운동이 뇌에 좋다는데 정말일까, 얼마나 세게 해야 할까" 하는 물음이 따라옵니다. 오늘은 그 물음에 연구가 어디까지 답했는지, 있는 그대로 나눠 볼게요.
기억을 맡은 뇌, 해마 이야기
뇌 깊숙한 곳에 바다 생물 해마를 닮은 작은 부위가 있어요. 새로 겪은 일을 기억으로 붙잡아 두는 데 중요한 곳이라 이름도 해마라고 불러요. 나이가 들면 해마도 조금씩 작아지는데, 많은 연구가 운동이 이 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 왔어요.
여러 연구를 모아 정리한 2025년 종설은, 중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이 기억력과 계획하고 판단하는 힘, 기분 조절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보인다고 정리했어요 [5]. 뇌로 가는 피의 흐름이 늘고, 해마에서 신경세포를 돕는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 그 까닭일 수 있다고 설명해요 [5]. 근력 운동 역시 판단력과 관련된 좋은 변화가 보고되었다고 덧붙였어요 [5].
세게 하는 운동이 꼭 더 나은 것은 아니었어요
여기서 많은 분이 "그럼 숨이 찰 만큼 세게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았어요.
기억력이 조금 떨어진 상태(경도인지장애, 일상생활은 혼자 하시지만 기억이 예전 같지 않은 단계)인 어르신 296명이 참여한 큰 연구가 있어요 [1]. 한쪽은 중간 이상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다른 쪽은 가벼운 스트레칭과 균형 운동을 18개월 동안 했어요. 결과를 보니 두 무리의 인지 기능 변화에는 차이가 없었어요 [1]. 눈여겨볼 점은 두 무리 모두 12개월 동안 인지 기능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것이에요 [1]. 참여한 분들이 운동 시간에 꾸준히 나왔다는 점도 기록되어 있어요. 유산소 무리는 81%, 스트레칭 무리는 87%가 함께하는 운동 시간에 나왔어요 [1]. 연구진은 이 결과가 더 살펴볼 만한 관련성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건강한 어르신 73명을 1년 동안 살핀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였어요 [2]. 유산소 운동 무리는 심폐 체력이 약 10% 좋아졌지만, 인지 점수는 스트레칭 무리와 함께 둘 다 올랐고 두 무리 사이 차이는 없었어요 [2]. 뇌 전체 부피는 두 무리 모두 줄었어요 [2]. 그래도 체력이 많이 오른 분일수록 인지 점수도 더 오른 관련이 있었다고 해요 [2].
몸을 꾸준히 쓰는 것과 뇌의 관계
초기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어르신 76명을 대상으로 26주 동안 일주일에 150분 유산소 운동을 한 연구에서는, 운동 무리가 일상 활동 능력에서 조금 나은 변화를 보였어요 [3]. 기억력 자체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지만, 심폐 체력이 좋아진 분일수록 기억력과 해마 부피 변화가 더 좋았던 관련이 보였어요 [3].
근력 운동을 다룬 연구도 있어요. 경도인지장애 어르신들이 6개월 동안 근력 운동을 한 뒤 1년이 더 지나 살펴보았더니, 해마 안에서도 알츠하이머병에 약한 부분의 부피 감소가 근력 운동 무리에서 덜했어요 [4]. 운동을 그만둔 뒤에도 좋은 변화가 남아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띄어요 [4].
물론 이 연구들은 참여한 사람 수가 많지 않거나 비교한 두 무리가 모두 몸을 움직였다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어떤 운동을 하면 기억력이 지켜진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여러 연구가 한 방향을 가리켜요. 강도보다, 몸을 꾸준히 쓰는 생활 자체가 중요해 보인다는 것이에요.
운동보다 먼저, 문밖으로 나서는 일
세계보건기구는 65세 이상 어르신께 일주일에 중간 강도 유산소 활동 150~300분, 근력 운동 2일 이상을 권해요 [6]. 그리고 권고량을 다 채우지 못해도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분명히 적었어요 [6].
저는 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남아요. 기억이 흐려질까 걱정될 때 부모님께 필요한 것은 숨찬 운동 계획표가 아니라, 오늘 문밖으로 한 걸음 나설 까닭이에요. 걷기는 운동이기 전에 세상과 다시 이어지는 문이에요. 공원 연못의 오리를 보고, 낙엽 색이 바뀐 것을 알아채고, 그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는 일이 모두 뇌를 쓰는 일이에요.
오늘 해 볼 작은 걸음
- "같이 걸어요" 한마디 건네기: 잔소리 대신 이번 주말 동네 한 바퀴를 함께 걷자고 청해 보세요. 걸으면서 옛날 이야기를 여쭈면 대화도 기억도 함께 깨어나요.
- 가볍게, 대신 꾸준히: 숨이 조금 차지만 말은 할 수 있을 정도로 걷기를 하루 10분씩이라도 이어 가 보세요. 세게 하는 것보다 자주 하는 것이 먼저예요.
- 의자에서 일어서기 연습: 식탁 의자에서 천천히 앉았다 일어서기를 몇 번 해 보세요. 다리 힘을 기르는 쉬운 근력 운동이에요. 무릎이나 허리가 불편하시면 담당 의사와 먼저 상의해 주세요.
부모님의 기억이 걱정될수록 숫자나 검사 결과보다 그분의 평소를 먼저 봐 주세요. 어제보다 조금 더 걸으셨는지, 산책길에서 무엇을 보셨는지 묻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에요.
참고한 자료
- Effects of exercise on cognition and Alzheimer's biomarkers i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The EXERT study., Alzheimer's & dementia : the journal of the Alzheimer's Association, 2025
- Aerobic exercise training and neurocognitive function in cognitively normal older adults: A one-year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ournal of internal medicine, 2022
- Aerobic exercise for Alzheimer's disease: A randomized controlled pilot trial., PloS one, 2017
- Hippocampal plasticity underpins long-term cognitive gains from resistance exercise in MCI., NeuroImage. Clinical, 2020
- Physical Activity to Counter Age-Related Cognitive Decline: Benefits of Aerobic, Resistance, and Combined Training-A Narrative Review., Sports medicine - open, 2025
-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2020), 세계보건기구(WHO),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