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앉아 있으면 몸에 생기는 일, 부모님 하루 다시 보기

햇볕이 드는 거실에서 의자를 잡고 발뒤꿈치를 드는 할머니를 그린 수채화

저녁에 전화를 드리면 아버지 목소리 뒤로 늘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요. "오늘 뭐 하셨어요?" 하고 여쭈면 "그냥 집에 있었지" 하세요. 아침 드시고 소파에 앉으셔서, 점심과 저녁 사이에도 거의 그 자리에 계셨다는 걸 듣고 나니 마음이 쓰였어요. 오래 앉아 있으면 몸에 무슨 일이 생길까요? 그리고 운동을 따로 하기 어려운 부모님께 무엇을 권해 드리면 좋을까요?

앉아 있는 시간도 따로 살펴봐야 해요

예전에는 건강 이야기를 하면 "운동을 얼마나 하느냐"만 물었어요. 그런데 2020년 세계보건기구 지침은 처음으로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라"는 권고를 새로 넣었어요 [1]. 이 권고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장애나 만성질환이 있는 분까지 모든 나이와 상황에 해당해요 [1]. 운동을 조금 하시더라도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신다면 그 시간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에요.

다만 하루에 몇 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위험하다는 기준선은 아직 근거가 모자라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어요 [1]. 그래서 "몇 시간까지 괜찮다"보다 "지금보다 조금 덜 앉기"를 목표로 삼는 것이 맞아요.

오래 앉아 있을 때 몸에서 일어나는 일

앉거나 기대어 누운 채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는 시간을 연구에서는 좌식 행동이라고 불러요 [4]. 여러 실험을 모아 살펴본 2023년 종설은, 오래 그리고 지나치게 앉아 있으면 몸이 혈당을 다루는 힘이 떨어지고, 혈관 기능이 나빠지고, 근육과 뼈가 줄어들고, 배 속 지방과 염증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정리했어요 [4].

반가운 소식도 있어요.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거나 중간중간 끊어 주는 방법을 오래 해 본 연구들에서는 어른과 어르신 모두 몸무게, 허리둘레, 공복 혈당, 혈압 같은 지표에 작지만 의미 있는 좋은 변화가 나타났어요 [4]. 변화의 크기는 연구마다 달랐다고 하니 기대는 차분하게 갖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눈에 보이지 않아요.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그 시간을 줄여서 생기는 좋은 변화도 모두 천천히 쌓여요. 그래서 한 번에 크게 바꾸려 하기보다 오늘 하루 한두 번 더 일어나는 일을 매일 이어 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에요.

어르신일수록 앉은 시간이 길어지기 쉬워요

활동적인 노년을 다룬 2022년 논문은 어르신들의 신체 비활동과 앉아 있는 시간이 특히 길다고 짚었어요 [5]. 그러면서 활발하게 지내는 노년은 몸의 기능뿐 아니라 생각하는 힘, 마음 건강, 사람들과의 관계, 잠까지 여러 면에서 좋은 결과와 관련이 있다고 정리했어요 [5]. 이 논문은 앞으로는 병보다 독립된 생활과 삶의 질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해요 [5]. 또 나이 든 분들이 걷기 좋은 동네 환경과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활발한 노년을 돕는다고 강조했어요 [5]. 집 앞 길이 걷기 편한지, 함께 나갈 사람이 있는지가 앉은 시간을 줄이는 데 생각보다 큰 몫을 한다는 뜻이에요.

나이 드는 과정을 다룬 전문가 합의 지침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요. 나이 듦과 앉아 지내는 생활이 함께 가면 근육 기능과 심폐 체력이 떨어져 혼자 일상을 꾸리는 힘이 약해지지만, 몸을 충분히 쓰면 그 변화가 크게 줄어든다고 했어요 [2].

운동이 어렵다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부터

세계보건기구는 앉아 있는 시간을 어떤 강도든 몸을 움직이는 시간으로 바꾸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했어요 [6]. 그리고 권고량을 다 채우지 못해도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덧붙였어요 [6].

이 말이 부모님께는 큰 위로가 돼요. 산책을 따로 나가기 어려운 날에도, 텔레비전 광고가 나올 때 일어나 거실을 한 바퀴 도는 것, 화분에 물을 주는 것, 시장까지 걸어가 장을 보는 것이 모두 앉은 시간을 끊는 움직임이에요. 저는 걷기를 운동이기 전에 세상과 다시 이어지는 문이라고 믿어요.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까지 가는 몇 걸음이 그 문을 여는 첫걸음이에요.

오늘 해 볼 작은 걸음

  • 광고 시간에 일어나기: 텔레비전을 보시다 광고가 나오면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오시자고 권해 보세요.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신호가 있으면 습관이 되기 쉬워요.
  • 의자 잡고 발뒤꿈치 들기: 튼튼한 의자 등받이를 잡고 발뒤꿈치를 천천히 들었다 내리는 동작은 거실에서도 할 수 있어요. 어지럽거나 무릎이 불편하시면 멈추고 담당 의사와 상의해 주세요.
  • "오늘 몇 번 나가셨어요?" 묻기: 걸음 수보다 집 밖에 나간 횟수를 여쭤보세요. 남과 견주려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평소를 알기 위한 질문이에요.

잔소리 대신 "광고 나오면 같이 일어나요" 하고 전화로 한마디 건네 보세요. 그 한마디가 부모님을 소파에서 일으키는 작은 힘이 돼요.

참고한 자료

  1.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0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0
  2. International Exercise Recommendations in Older Adults (ICFSR): Expert Consensus Guidelines., 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 aging, 2021
  3. Physiology of sedentary behavior., Physiological reviews, 2023
  4. Active Aging and Public Health: Evidence, Implications, and Opportunities., Annual review of public health, 2022
  5.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2020), 세계보건기구(WHO),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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