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기억력이 좋아질까요? 해마 연구 이야기

요즘 부모님이 "방금 뭘 하려고 했더라" 하시는 일이 잦아졌나요? 냉장고 문을 열어 두고 잠시 서 계시거나,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하실 때면 자녀 마음이 덜컥 내려앉지요. 그럴 때 자주 듣는 말이 "많이 걸으시면 기억력에 좋대"예요. 정말 그럴까요? 오늘은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과 기억력을 다룬 연구들을 차근차근 살펴볼게요.
기억을 담는 뇌, 해마
뇌 깊숙한 곳에는 해마라는 부분이 있어요. 바다에 사는 해마를 닮아 붙은 이름인데, 새로운 일을 기억으로 담아 두는 일과 깊이 관련된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한 연구는 해마가 나이 들면서 줄어들고, 이것이 기억력이 약해지는 일,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일과 이어진다고 설명해요 [1]. 그래서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몸을 움직이면 해마가 덜 줄어들까?"를 궁금해했지요.
어르신 120명을 둘로 나눈 연구
2011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는 어르신 120명을 무작위로 두 무리로 나눴어요 [1]. 한쪽은 유산소 운동 훈련을 했고, 다른 쪽은 비교를 위해 따로 지켜봤지요. 그 결과 유산소 운동을 한 쪽은 해마의 앞부분이 커졌고, 공간을 기억하는 능력도 좋아지는 쪽이었어요. 해마 부피는 2% 늘었는데, 연구진은 이것이 나이 들며 줄어드는 양으로 치면 1년에서 2년쯤을 되돌린 셈이라고 했어요 [1].
비교 무리의 해마는 그 사이 조금씩 줄었어요. 다만 처음부터 체력이 좋았던 분들은 줄어드는 폭이 덜한 편이었다고 해요 [1]. 또 해마가 커진 정도는 뇌 신경 성장 인자(BDNF)라는 물질의 혈중 농도와도 관련이 있었어요. 이 물질은 뇌세포가 자라고 이어지는 일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연구 2,724편을 한데 모아 보니
한 연구만으로는 우연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 2025년 영국 스포츠의학 학술지에는 아주 큰 그림을 그린 연구가 실렸어요 [2]. 운동과 인지 기능을 다룬 체계적 문헌고찰 133편을 다시 모았는데, 그 안에 담긴 무작위 시험이 2,724편, 참여자는 258,279명이었어요. 나이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했지요.
결과를 보면 운동은 기억력을 좋아지게 하는 쪽이었고, 효과 크기는 0.26이었어요 [2]. 효과 크기는 두 무리의 차이를 같은 자로 잰 값인데, 보통 0.2 안팎이면 작지만 의미 있는 차이로 본다고 알려져 있어요. 눈여겨볼 점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기억력이 좋아지는 폭이 어린이와 청소년보다 어른과 어르신에서 작았다는 것, 또 하나는 가볍거나 중간 정도 강도의 운동에서 효과가 대체로 더 컸다는 것이에요 [2]. 숨이 턱까지 차도록 하지 않아도 된다는 쪽에 가까운 결과지요.
하루에 걷는 양과 해마의 크기
일부러 운동을 하지 않아도, 평소에 많이 걸으면 어떨까요? 치매가 없는 어르신 92명에게 걸음을 재는 기기를 달고 일상 걷기를 재어 본 연구가 있어요 [3]. 하루에 걷는 양이 많고, 걷는 시간이 길고, 자주 걸을수록 해마가 큰 것과 관련이 있었는데, 이 관계는 여성 어르신에게서 보였고 남성에게서는 보이지 않았어요. 가볍게 걷는 활동만 따로 봐도 이 관계는 남아 있었어요 [3]. 장보기나 동네 마실처럼 생활 속 걸음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이 연구들로 말할 수 없는 것
여기까지 들으면 "걸으면 기억력이 좋아진다"고 말하고 싶어지지만, 조심할 점이 있어요.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걱정되는 65세에서 84세 어르신 585명을 18개월 동안 지켜본 무작위 시험에서는, 일주일에 300분 이상을 목표로 운동한 무리와 그렇지 않은 무리 사이에 기억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어요 [4]. 사람마다, 연구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뜻이에요.
또 하루 걷기와 해마를 본 연구는 관계를 살핀 연구라, 걸어서 해마가 커졌는지 해마가 건강한 분이 더 많이 걸으셨는지는 가를 수 없어요 [3]. 첫 번째 연구도 유산소 운동 훈련을 본 것이지 걷기만 따로 본 것은 아니에요 [1]. 걷기가 기억력 저하나 치매를 막는다고 말할 수는 없고, 지금까지의 연구는 좋아지는 쪽의 관련이 있었다고 말하는 정도예요.
부모님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것
연구 결과를 생활로 옮긴다면 이렇게 해 볼 수 있어요.
- 숨이 조금 차고 대화는 나눌 수 있을 정도의 걸음으로, 매일 조금씩 걸어 보세요.
- 늘 가던 길만 말고 가끔은 새로운 길을 걸어 보세요. 길 이름이나 가게 이름을 함께 기억해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 걷는 동안 옛날이야기나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눠 보세요. 걸음과 이야기가 함께 가면 시간이 금방 가요.
-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시거나 어지럼이 있으시면 무리하지 마시고 의료진과 먼저 상의해 주세요.
그리고 깜박하시는 일이 갑자기 늘었거나 길을 자주 헤매신다면, 혼자 짐작하지 마시고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아요.
기억력 이야기는 부모님께 조심스러운 주제예요. "요즘 깜박하시네요"보다 "저녁 먹고 같이 한 바퀴 걸어요"가 훨씬 따뜻하게 닿을 거예요. 오늘 저녁, 부모님과 나란히 걸으며 옛이야기 하나 꺼내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한 자료
- Exercise training increases size of hippocampus and improves memor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2011
- Effectiveness of exercise for improving cognition, memory and executive function: a systematic umbrella review and meta-meta-analysis.,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5
- Low-intensity daily walking activity is associated with hippocampal volume in older adults., Hippocampus, 2015
- Effects of Mindfulness Training and Exercise on Cognitive Function in Older Adults: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