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읽기 좋은 걷기 책 세 권

단풍 든 공원 벤치 옆으로 책을 든 어르신이 천천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그린 수채화

바람이 선선해지면 책 한 권 들고 공원 벤치에 앉고 싶어지지요. 걷기와 책은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짝이에요. 오늘은 걷기를 서로 다른 눈으로 바라본 책 세 권을 소개하고, 책이 하는 이야기를 연구는 어디까지 보여 주는지 함께 살펴볼게요. 부모님께 선물하거나 함께 읽어 보시기에도 좋은 책들이에요.

몸을 움직이면 뇌는 어떻게 될까, 『운동화 신은 뇌』

첫 번째 책은 존 레이티와 에릭 헤이거먼이 쓴 『운동화 신은 뇌』예요 [1]. 원제는 Spark로, 2008년에 나왔어요.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인 저자가 유산소 운동이 뇌의 학습과 기분, 주의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을 소개한 대중 과학서예요. 특히 운동이 뇌에서 신경 성장 인자(BDNF) 같은 물질이 나오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1]. 운동을 몸만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을 위한 일로 바라보게 해 주는 책이에요.

책의 이야기를 어르신 연구로 확인해 보면

이 책이 소개하는 생각을 어르신을 대상으로 직접 확인한 연구가 있어요. 2011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무작위 대조 시험이에요 [2]. 무작위 대조 시험은 참여자를 제비뽑기처럼 나눠 한쪽만 운동을 하게 하고 차이를 비교하는, 근거가 단단한 연구 방식이에요.

연구진은 어르신 120명을 모아 유산소 운동 훈련을 하게 했어요. 그랬더니 기억과 깊이 관련된 뇌 부위인 해마의 앞부분이 커지고, 공간을 기억하는 능력도 좋아지는 쪽이었어요. 해마의 부피는 2% 늘었는데, 연구진은 이것이 나이 들며 줄어드는 만큼을 1~2년 정도 되돌린 셈이라고 설명했어요 [2]. 그리고 해마가 커진 정도는 혈액 속 BDNF 수치가 높은 것과 관련이 있었어요. 책에서 말한 바로 그 물질이지요. 반면 운동 훈련을 하지 않은 쪽에서는 해마 부피가 줄었어요 [2].

걸으며 생각한 사람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두 번째 책은 프랑스 철학자 프레데리크 그로의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에요(책세상) [3]. 니체, 루소, 랭보, 소로 같은 사상가들이 어떻게 걸었는지를 따라가며 걷기와 생각의 관계를 풀어 쓴 에세이예요. 이 책은 걷기를 운동이나 이동 수단으로 보지 않고, 느리게 머무는 경험으로 바라봐요 [3]. 걸음 수나 속도를 세는 데 익숙해진 우리에게 천천히 걷는 일 자체의 맛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는 책이에요.

걷기의 긴 역사, 『걷기의 인문학』

세 번째 책은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이에요. 원제는 Wanderlust: A History of Walking으로, 2000년에 나왔어요 [4]. 걷기의 역사를 철학과 문학, 도시와 사회 운동의 눈으로 다룬 인문 에세이로, 걸으며 생각하고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4]. 읽고 나면 늘 걷던 산책길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몰라요.

걸으면 생각이 트인다는 실험

두 철학 에세이가 말하는 "걸으며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실험으로 살펴본 연구가 있어요. 2014년에 발표된 이 연구는 네 차례 실험으로 걷기와 창의적인 생각의 관계를 봤어요 [5]. 앉아 있을 때와 걸을 때 같은 물건의 새로운 쓰임새를 떠올려 보게 했더니, 참여자의 81%가 걸을 때 점수가 올랐어요. 다만 여러 단서를 하나의 답으로 좁혀 가는 문제에서 점수가 오른 사람은 23%에 그쳤지요 [5]. 걷고 나서 다시 앉았을 때에도 그 효과가 조금 남아 있었고, 바깥을 걸었을 때 가장 새롭고 좋은 비유가 나왔다고 해요 [5].

이 이야기들로 말할 수 없는 것

책은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담은 글이지 연구 결과 그 자체는 아니에요. 해마 연구는 걷기만이 아니라 유산소 운동 훈련을 본 시험이고, 뇌의 크기와 기억 검사를 본 것이지 치매나 다른 병이 생기는지까지 본 것은 아니에요. 창의성 실험도 어르신이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했고, 걷는 동안과 그 직후의 변화를 본 연구예요. 그러니 "걸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단정하기보다, 걷는 시간이 몸과 마음에 좋은 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좋겠어요.

부모님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작은 실천

  • 책 한 권을 골라 부모님과 같이 읽고, 산책길에서 서로 읽은 부분을 이야기해 보세요.
  • 동네 도서관이나 서점까지 걸어서 다녀오는 것을 하나의 나들이로 삼아 보세요.
  • 산책하다 마음에 드는 벤치를 찾으면 잠시 앉아 쉬며 책장을 넘겨 보세요.

무릎이 아프시거나 넘어질까 걱정되시는 분은 무리하지 마시고, 필요하면 의료진과 상의한 뒤 편한 길부터 천천히 걸어 보세요. 이번 가을, 책 한 권과 함께 부모님과 나란히 걷는 시간을 가져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한 자료

  1. 『운동화 신은 뇌』, 존 레이티, 에릭 헤이거먼
  2. Exercise training increases size of hippocampus and improves memor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2011
  3.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4. 『걷기의 인문학』, 리베카 솔닛
  5. Give your ideas some legs: the positive effect of walking on creative think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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