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와 노년의 우울, 연구는 어떻게 말할까요

아침 햇살이 드는 동네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어르신의 뒷모습을 그린 수채화

부모님과 통화하다가 "요즘은 그냥 다 귀찮다"는 말씀을 들으면 마음이 쓰이지요. 나이가 들면 기운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넘기기 쉽지만, 노년의 우울은 생각보다 흔하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오늘은 걷기와 우울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들을 쉽게 풀어 볼게요.

하루 걸음 수와 우울을 함께 본 연구

2024년 미국의사협회 학술지(JAMA Network Open)에 실린 연구는 걸음 수를 기계로 잰 연구 33편을 한데 모았어요 [1]. 18세 이상 성인 9만 6천여 명이 참여했고, 참여자들의 평균 나이는 연구에 따라 10대 후반부터 90대 초반까지 다양했어요.

결과를 보면, 하루에 많이 걷는 사람일수록 우울 증상이 적은 쪽이었어요. 하루 5,000보보다 적게 걷는 사람과 견주었을 때, 그보다 많이 걷는 사람들은 우울 증상이 더 적었지요 [1]. 사람들을 오래 지켜본 연구만 따로 모아 보니, 하루 7,000보 이상 걷는 사람들은 그보다 적게 걷는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 위험비가 0.69였어요. 위험비가 1보다 작으면 위험이 낮은 쪽이라는 뜻이에요. 또 하루 걸음이 1,000보 늘 때마다 우울증 위험이 낮아지는 쪽이었다고 해요(위험비 0.91) [1].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운동 시험

걸음과 우울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는 어느 쪽이 먼저인지 알기 어려워요. 그래서 실제로 운동을 하게 하고 결과를 견준 연구가 중요해요. 2020년 한 임상정신의학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시험 9편을 모았어요 [2]. 참여자는 모두 1,308명이었고 평균 나이는 82세였지요. 무작위 시험이란 참여자를 제비뽑기처럼 나눠 한쪽은 운동을 하고 다른 쪽은 하지 않게 한 뒤, 두 무리의 차이를 보는 방법이에요.

전문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중간 강도 이상의 운동을 한 어르신들은 우울 증상이 중간 정도로 줄어드는 쪽이었어요 [2]. 다만 연구마다 결과 차이가 컸고, 9편 가운데 5편은 연구 방법에 치우침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됐어요. 80세가 넘으셨거나 인지 기능이 떨어진 분들에게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덧붙였어요.

함께 걸으면 마음도 가벼워질까요

밖에서 여럿이 함께 걷는 모임을 다룬 연구도 있어요. 2015년 영국 스포츠의학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야외 걷기 모임에 관한 연구 42편, 참여자 1,843명의 자료를 살펴봤어요 [3]. 걷기 모임에 참여한 뒤 혈압과 쉬고 있을 때의 맥박이 내려가는 쪽이었고, 우울 점수도 낮아지는 쪽이었어요. 눈에 띄는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요 [3].

걷는 일이 마음에 왜 좋을 수 있는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어요. 몸을 움직이면 기분과 관련된 뇌의 여러 물질이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고, 밖에 나가 바람을 쐬고 사람을 마주치는 일 자체가 하루에 리듬을 만들어 준다는 설명도 있어요. 함께 걷는 모임이라면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생긴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지요.

이 연구들로 말할 수 없는 것

걸음 수 연구는 대부분 한 시점에 걸음과 우울을 함께 잰 관찰연구예요 [1]. 마음이 무거우면 덜 걷게 되는 것일 수도 있어서, 걷기가 우울을 줄였다고 원인과 결과로 말할 수는 없어요. 운동 시험 역시 규모가 크지 않고 결과가 고르지 않았어요 [2]. 무엇보다 걷기는 우울증 진료를 대신하지 않아요. 부모님이 기운 없는 날이 오래 이어지고 잠이나 식사가 크게 달라지셨다면, 걷기만 권하기보다 의료진과 꼭 상의해 주세요.

부모님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작은 걸음

  • 처음부터 많이 걷기보다 집 앞 골목을 한 바퀴 도는 것부터 시작해요. 세계보건기구도 권고량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말해요 [4].
  • 시장 가기, 경로당 들르기처럼 걸을 이유를 하나 만들어 드리면 나서기가 한결 쉬워요.
  • 전화로 "오늘 몇 걸음 걸으셨어요?"보다 "오늘 밖에 뭐가 보이던가요?"라고 여쭤 보세요. 숫자보다 이야기가 오가는 편이 마음을 여는 데 좋아요.
  •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시거나 어지러움이 있으시면 무리하지 마시고, 걷는 양은 의료진과 상의해 정해 주세요.

같이 나가 볼까요

마음이 가라앉은 날일수록 현관문을 나서기가 더 어렵지요. 그럴 때 곁에서 "같이 나가 볼까요?" 하고 손을 내미는 한마디가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이번 주말에는 부모님과 천천히 동네를 한 바퀴 걸으며 오늘 하루 이야기를 나눠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한 자료

  1. Daily Step Count and Depression in Adul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AMA network open, 2024
  2. Exercise Intervention for Late-Life Depression: A Meta-Analysis., The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 2020
  3. Is there evidence that walking groups have health benefi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5
  4.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2020), 세계보건기구(WHO),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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