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10분 걷기, 혈당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저녁 식사 뒤 가로등이 켜진 아파트 단지 산책길을 나란히 걷는 노부부의 뒷모습을 그린 수채화

점심을 드시고 나면 부모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상을 치우고 나서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켜시는 분이 많을 거예요. 배부를 때는 움직이기 싫은 것이 사람 마음이지요. 그런데 요즘 혈당 이야기가 나오면 "밥 먹고 조금 걸으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돼요. 정말 그럴까요? 오늘은 식후 걷기를 두고 나온 연구들을 차근차근 살펴볼게요.

밥을 먹으면 혈당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음식을 먹으면 밥이나 빵, 국수 속 탄수화물이 몸에 흡수되면서 피 속의 당, 곧 혈당이 올라갔다가 천천히 내려온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것을 식후 혈당이라고 불러요. 오르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 높이 치솟는 일이 잦으면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당뇨가 있거나 혈당이 경계에 있는 분들은 이 오름폭을 신경 써요.

먹기 전에 걸을까, 먹고 나서 걸을까

2023년 스포츠의학 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뤘어요 [1]. 연구진은 같은 사람이 날을 바꿔 가며 "식사 전에 운동하기", "식사 후에 운동하기", "운동하지 않기"를 모두 해 본 무작위 시험 8편을 모아 한꺼번에 분석했어요. 참여한 사람은 116명이었고, 그중 47명은 제2형 당뇨가 있었고 69명은 없었어요 [1].

결과는 이랬어요. 식사 후에 운동했을 때 식후 혈당이 오르는 폭이 식사 전에 운동했을 때보다, 그리고 가만히 있었을 때보다 줄어드는 쪽이었어요. 반면 식사 전에 한 운동은 가만히 있을 때와 뚜렷한 차이가 없었어요. 또 식사와 운동 사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효과가 줄어드는 흐름이 보였어요. 그래서 연구진은 걷기 같은 운동은 식사 뒤 되도록 빨리 할 때 식후 혈당에 더 이로운 쪽이라고 정리했어요 [1].

하루 30분 한 번보다 세 끼 뒤 10분씩

걷는 시간을 어떻게 나누느냐를 본 연구도 있어요. 2016년 당뇨병 학술지에 실린 뉴질랜드 연구예요 [2]. 제2형 당뇨가 있는 어른 41명이 참여했고, 평균 나이는 60세 안팎이었어요. 참여자들은 2주 동안은 "하루에 한 번 30분 걷기"를, 또 2주 동안은 "세 끼 식사 뒤마다 10분씩 걷기"를 번갈아 했어요. 하루에 걷는 시간은 두 방법 모두 30분으로 같았지요. 혈당은 몸에 붙이는 연속 혈당 측정기로 5분마다 쟀어요.

그 결과 식후마다 걸었을 때 식사 뒤 3시간 동안 혈당이 오른 정도가 하루 한 번 걸었을 때보다 낮았어요. 두 방법을 비율로 견주면 0.88이었는데, 1보다 작을수록 식후마다 걸은 쪽의 혈당이 덜 올랐다는 뜻이에요. 특히 저녁 식사 뒤에는 이 비율이 0.78로 차이가 더 컸어요 [2]. 연구진은 저녁에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먹고, 앉아 있는 시간도 가장 길었던 점을 그 까닭으로 들었어요. 같은 30분이라도 언제 걷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왜 식사 직후가 좋은 쪽일까요

걸을 때는 다리의 큰 근육이 계속 움직이면서 피 속의 당을 에너지로 끌어다 쓴다고 알려져 있어요. 식사 직후는 혈당이 막 오르기 시작하는 때라서, 이때 근육이 당을 쓰기 시작하면 치솟는 폭이 덜할 수 있다는 설명이에요.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정도의 걸음이 연구에 쓰였다는 점도 반가운 부분이에요.

이 연구들로 말할 수 없는 것

다만 조심해서 읽어야 할 점도 분명히 있어요. 첫 번째 연구 [1]는 참여자가 적은 짧은 시험들을 모은 것이고, 연구진 스스로도 치우칠 위험이 높다고 평가했어요. 대부분 한두 끼니 동안의 혈당을 본 것이라 오랜 기간의 변화를 말해 주지는 않아요.

오래 지켜본 연구에서는 결과가 달랐어요. 혈당이 높거나 당뇨 위험이 큰 56명을 무작위로 나눠, 한쪽은 12주 동안 식사 뒤 30분 안에 가볍게 30분 이상 움직이도록 했어요 [3]. 끝까지 참여한 분들을 살펴보니 활동량은 늘었지만 혈당 지표는 처음과 끝 사이에 달라진 것이 없었어요. 그러니 식후 걷기가 오랫동안 혈당 수치를 낮춰 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또 이 연구들은 어르신만 모은 것이 아니어서, 고령의 부모님께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요.

부모님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작은 실천

그래도 식사 뒤 잠깐 걷는 일은 부담이 적고 해 볼 만한 습관이에요.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 식사를 마치면 오래 앉기 전에 10분쯤 천천히 걸어 보세요. 아파트 단지 한 바퀴면 충분해요.
  • 하루 세 끼가 어렵다면 저녁 식사 뒤 한 번부터 시작해 보세요.
  • 날씨가 궂은 날에는 거실과 복도를 오가며 걸어도 좋아요.
  • 배가 부를 때는 빠르게 걷기보다 편한 속도로 걸으세요.

당뇨약이나 인슐린을 쓰고 계신다면 운동 시간이나 양을 바꾸기 전에 꼭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 걷다가 어지럽거나 식은땀이 나면 바로 멈추고 쉬셔야 해요. 무릎이 아프신 분도 무리하지 마시고, 걸을 수 있는 만큼만 하시면 돼요.

멀리 계신다면 저녁 전화 끝에 "저녁 드시고 한 바퀴 도셨어요?" 하고 여쭤 보세요. 같이 사는 가족이라면 설거지를 잠시 미루고 함께 나서 보시는 것도 좋아요. 밥 먹고 나란히 걷는 10분이 하루 중 가장 편안한 대화 시간이 될지도 몰라요.

참고한 자료

  1. After Dinner Rest a While, After Supper Walk a Mile? A Systematic Review with Meta-analysis on the Acute Postprandial Glycemic Response to Exercise Before and After Meal Ingestion in Healthy Subjects and Patients with Impaired Glucose Tolerance., Sports medicine (Auckland, N.Z.), 2023
  2. Advice to walk after meals is more effective for lowering postprandial glycaemia in type 2 diabetes mellitus than advice that does not specify timing: a randomised crossover study., Diabetologia, 2016
  3. Long-term effects of daily postprandial physical activity on blood glucose: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Applied physiology, nutrition, and metabolism = Physiologie appliquee, nutrition et metabolism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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