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시작한 운동, 정말 의미가 있을까요

봄날 오후 바닷가 마을의 나무 데크길을 새 운동화를 신고 천천히 걸어가는 할머니의 먼 뒷모습

"이 나이에 운동은 무슨, 젊을 때 했어야지." 운동 이야기를 꺼내면 부모님께 이런 말씀을 듣곤 하지요. 평생 바쁘게 사느라 따로 운동할 틈이 없으셨던 분들이 많으니 그 마음도 이해가 돼요. 그런데 정말 늦게 시작한 운동은 의미가 없을까요? 오늘은 나이 들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들을 지켜본 연구들을 살펴볼게요.

늦게 시작한 사람도 건강하게 나이 드는 쪽이었어요

영국의 노화 연구는 처음에 큰 병이 없던 남녀 3,454명을 8년 동안 지켜봤어요 [1]. 시작할 때 평균 나이는 63.7세였지요. 연구진은 8년 뒤 큰 만성 질환이나 우울 증상, 몸과 인지 기능의 큰 어려움 없이 지내는 상태를 건강한 노화로 보았는데, 이런 분은 전체의 19.3%였어요 [1].

결과를 보면, 내내 활동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도중에 활동을 시작한 사람은 건강한 노화에 들 가능성(오즈)이 3.37배였고, 꾸준히 활동해 온 사람은 7.68배였어요 [1]. 오즈비는 어떤 상태에 들 가능성을 두 무리 사이에 견준 값이라, 숫자가 1보다 클수록 그 상태에 더 많이 들었다는 뜻이에요. 꾸준히 해 온 분들이 가장 좋았지만, 늦게 시작한 분들도 계속 쉬던 분들보다 분명히 나은 쪽이었다는 점이 이 연구의 핵심이에요. 연구진도 비교적 늦은 나이에 활동을 시작한 사람에게서도 건강상의 이점이 보였다고 정리했어요 [1].

활동량이 늘어난 흐름과 사망 위험

영국의 또 다른 연구는 40세에서 79세 사이 14,599명의 활동량을 여러 해에 걸쳐 거듭 재고, 그 뒤 중앙값으로 12.5년을 더 지켜봤어요 [2]. 이 연구가 본 것은 한 번 잰 활동량이 아니라 활동량이 늘었는지 줄었는지의 흐름이었지요.

처음엔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5년에 걸쳐 차츰 세계보건기구의 최소 권고량, 곧 일주일에 중간 강도 150분 정도에 이르는 만큼 활동이 늘어난 흐름은 모든 원인 사망 위험비 0.76과 관련이 있었어요 [2]. 위험비 0.76은 같은 기간 위험이 대략 4분의 3 수준이었다는 뜻이에요. 처음 활동량이 적었든 많았든 활동이 늘어난 사람은 내내 활동하지 않은 사람보다 위험이 낮은 쪽이었고, 심장 질환이나 암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어요 [2].

일흔이 넘어 시작한 운동을 견준 무작위 시험

앞의 두 연구는 지켜보며 관계를 본 연구라, 원래 건강한 사람이 운동을 시작했을 가능성을 지우기 어려워요. 그래서 사람을 무작위로 나눠 견준 시험이 중요해요. 미국의 한 시험은 평소 거의 움직이지 않고 몸 기능이 다소 떨어졌지만 400미터는 걸을 수 있는 70세에서 89세 어르신 1,635명을 두 무리로 나눴어요 [3].

한 무리는 걷기를 중심으로 근력과 유연성 운동을 더한 중간 강도 운동을 일주일에 두 번은 센터에서, 서너 번은 집에서 했어요. 다른 무리는 건강 교육 강좌와 가벼운 팔 스트레칭을 했지요. 평균 2.6년 동안 400미터를 걷지 못하게 된 비율은 운동 무리가 30.1%, 교육 무리가 35.5%였어요 [3]. 그 어려움이 오래 이어진 비율도 운동 무리 14.7%, 교육 무리 19.8%로 운동 무리 쪽이 적었어요 [3]. 일흔이 넘어 시작한 운동도 걷는 힘을 지키는 쪽과 관련이 있었다는 이야기예요.

조금만 늘려도 의미가 있을까요

같은 시험을 더 자세히 살펴본 분석에서는 활동량을 많이 늘린 사람일수록 걷는 속도와 몸 기능이 더 좋아지는 쪽이었어요 [4]. 연구진은 일주일에 48분 남짓, 비교적 작은 증가도 의미 있는 변화와 관련이 있었다고 적었어요 [4]. 세계보건기구 지침 역시 권고량을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말해요 [5].

나이가 들어도 근육과 심장, 폐는 쓰는 만큼 조금씩 반응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출발이 늦었다고 해서 문이 닫힌 것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이 연구들로 말할 수 없는 것

첫 두 연구는 활동량을 대부분 스스로 답한 것이고, 관찰 연구라 운동을 시작한 것이 좋은 결과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1][2]. 무작위 시험은 400미터를 걸을 수 있는 분들만 참여했고, 사망이 아니라 걷는 능력을 본 시험이에요 [3]. 또 이 시험에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은 분의 비율은 운동 무리 49.4%, 교육 무리 45.7%로 두 무리 모두 적지 않았고, 운동 무리가 조금 높았어요 [3].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실 때는 몸 상태에 맞게 천천히 늘리는 것이 중요해요.

오늘부터 부모님과 함께 시작하는 법

  • 처음부터 큰 목표를 세우지 마세요. 집 앞 골목을 10분 걷는 것으로 시작해 익숙해지면 조금씩 늘려 가요.
  • 같은 시간, 같은 길을 정해 두면 습관이 되기 쉬워요. 아침 식사 뒤나 해 질 녘처럼 하루의 한 지점에 걷기를 붙여 보세요.
  • 한 주에 몇 번 걸으셨는지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 드리면 작은 성취가 눈에 보여요.
  • 무릎이나 허리 통증, 심장 질환, 당뇨가 있으시거나 한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으셨다면 시작하기 전에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 걷다가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러우면 바로 멈추고 쉬셔야 해요.
  • 처음 몇 주는 자녀가 함께 걸어 드리면 큰 힘이 돼요.

"이 나이에"라는 말 대신 "이 나이니까 지금부터"라는 말을 건네 보세요. 늦게 시작한 한 걸음도 연구 속 어르신들처럼 내일의 걷는 힘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번 주말, 부모님 댁 앞 길을 함께 10분만 걸어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한 자료

  1. Taking up physical activity in later life and healthy ageing: the English longitudinal study of ageing.,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4
  2. Physical activity trajectories and mortality: population based cohort study., BMJ (Clinical research ed.), 2019
  3. Effect of structured physical activity on prevention of major mobility disability in older adults: the LIFE study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4
  4. Dose of physical activity, physical functioning and disability risk in mobility-limited older adults: Results from the LIFE study randomized trial., PloS one, 2017
  5.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2020), 세계보건기구(WHO),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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