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걸음 느린 걸음, 걷는 박자가 말해 주는 것

부모님과 시장에 가는 길, 아버지는 신호가 바뀌기 전에 건너자며 걸음을 재촉하시고, 어머니는 동네 한 바퀴를 느긋하게 도시곤 하지요. 같은 걷기라도 빠르기가 다르면 몸에 주는 의미도 다를까요? 오늘은 얼마나 많이 걷는지가 아니라 어떤 빠르기로 걷는지, 즉 걷기의 강도를 두고 나온 연구들을 살펴볼게요.
스스로 느끼는 걸음 빠르기와 건강
2018년 영국 스포츠의학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영국 11개 인구 조사에 참여한 50,225명의 자료를 한데 모았어요 [1]. 참여자들은 평소 걷는 빠르기를 느리게, 보통, 빠르게 가운데 스스로 골랐고, 연구진은 이 답을 이후의 사망 기록과 이어 살펴봤지요.
그 결과 느리게 걷는다고 답한 사람에 비해 보통 빠르기로 걷는 사람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0%, 빠르게 걷는 사람은 24% 낮은 쪽이었어요 [1]. 심장과 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도 비슷한 흐름이었고요. 눈여겨볼 점은 이런 관련이 50세가 넘은 사람들, 그리고 권장 활동량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보였다는 거예요 [1]. 다만 암으로 인한 사망과는 관련이 보이지 않았어요. 연구진은 걷는 양이나 횟수를 늘리기 어려운 경우라면 걷는 빠르기를 함께 강조해 볼 만하다고 적었어요 [1].
빠른 걸음은 1분에 몇 걸음일까요
빠르다는 느낌은 사람마다 달라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1분에 몇 걸음을 걷는지, 곧 걸음 박자로 강도를 가늠해요. 2021년 미국 연구진은 61세부터 85세까지 건강한 어르신 98명을 러닝머신 위에서 걷게 하고, 걸음 수와 숨으로 쓰는 산소량을 함께 쟀어요 [2]. 참여자들의 평균 나이는 72.6세였어요.
그 결과 1분에 100걸음 정도면 중간 강도, 110걸음이면 그보다 조금 높은 강도, 120걸음이면 꽤 힘든 강도에 해당했어요 [2]. 여기서 중간 강도란 가만히 쉬고 있을 때보다 3배쯤 에너지를 쓰는 정도로, 숨이 약간 차지만 대화는 이어 갈 수 있는 걸음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젊은 성인에게서 나온 기준과 거의 같았다는 점도 흥미로워요 [2].
1분에 100걸음은 집에서도 가늠해 볼 수 있어요. 100을 6으로 나누면 10초에 열여섯에서 열일곱 걸음쯤이니, 시계를 보며 10초 동안 걸음을 세어 보시면 돼요.
많이 걷기와 빠르게 걷기, 무엇이 먼저일까요
그렇다면 무조건 빨리 걸어야 할까요? 여기에는 두 연구를 나란히 놓고 봐야 해요. 스페인에서 평균 78.8세 어르신 768명에게 활동량계를 채우고 평균 5.7년을 지켜본 연구에서는, 걸음 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걸음 박자가 빠를수록 입원과 사망 위험이 낮은 쪽이었어요 [3]. 걸음 수도 많고 박자도 빠른 무리는 둘 다 적은 무리에 비해 사망 위험비가 0.60이었어요 [3]. 위험비 0.60은 같은 기간 동안 위험이 대략 10분의 6 수준이었다는 뜻이에요.
반면 미국에서 평균 72.0세 여성 16,741명을 살펴본 연구는 조금 달랐어요 [4]. 빠른 걸음 박자도 처음에는 낮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었지만, 하루 걸음 수를 함께 따지자 그 관련이 약해져 대부분 뚜렷하지 않게 됐어요 [4]. 걸음 수 쪽은 하루 약 4,400보부터 사망률이 낮은 쪽이었고, 약 7,500보 언저리에서 평평해졌어요 [4].
두 결과를 함께 보면, 빠르게 걷는 사람이 대개 많이 걷기도 해서 둘을 떼어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어르신께는 먼저 꾸준히 걷는 시간을 쌓는 것이 바탕이고, 그 위에 여유가 될 때 조금 빠른 박자를 섞는 것이 무리 없는 순서로 보여요.
왜 걷는 빠르기에 몸 상태가 비칠까요
빠르게 걸으려면 심장이 피를 더 힘차게 보내고, 다리 근육이 땅을 더 세게 밀어야 해요. 그래서 빠른 걸음은 심장과 폐, 근육에 조금 더 일을 시키는 걷기라고 알려져 있어요. 거꾸로 어딘가 불편하거나 기운이 떨어지면 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지기도 하지요. 걷는 빠르기와 건강 사이의 관련에는 이렇게 양쪽 방향의 이야기가 함께 섞여 있어요.
이 연구들로 말할 수 없는 것
소개한 연구 가운데 셋은 오랫동안 지켜보며 관계를 본 연구예요 [1][3][4]. 원래 건강한 사람이 빨리 걷는 것일 수도 있어서, 빨리 걷기만 하면 오래 산다는 뜻으로 읽으면 안 돼요. 첫 번째 연구는 걷는 빠르기를 스스로 답한 것이라 실제 속도를 잰 것도 아니에요 [1]. 걸음 박자 기준 역시 건강하고 잘 걷는 어르신을 실험실에서 잰 결과라, 몸이 불편하신 분께는 그대로 맞지 않을 수 있어요 [2].
부모님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것
- 먼저 평소처럼 편하게 걷는 시간을 꾸준히 이어 가세요. 빠르기는 그다음이에요.
- 몸이 풀리면 전봇대 몇 개 사이만큼 박자를 조금 올려 보세요. 대화는 되지만 노래는 어려운 정도면 충분해요.
- 10초 걸음 세기로 부모님의 편한 박자와 조금 빠른 박자를 한 번씩 재어 두시면, 다음 계절에 견주어 보기 좋아요.
-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시거나, 숨이 지나치게 차고 어지러우시면 바로 속도를 늦추세요. 심장 질환이나 관절 질환이 있으시면 빠르게 걷기 전에 의료진과 먼저 상의해 주세요.
- 빨리 걷는 날일수록 미끄럽지 않은 평평한 길과 발에 맞는 신발을 골라 주세요.
빠르기는 숫자보다 느낌으로 시작해도 괜찮아요. "오늘은 저 가로등까지만 조금 힘내 볼까요?" 하고 웃으며 박자를 맞추다 보면, 부모님 곁에서 나란히 걷는 그 시간 자체가 가장 좋은 운동이 될 거예요.
참고한 자료
- Self-rated walking pace and all-cause, cardiovascular disease and cancer mortality: individual participant pooled analysis of 50 225 walkers from 11 population British cohorts.,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8
- Walking cadence (steps/min) and intensity in 61-85-year-old adults: the CADENCE-Adults study.,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 2021
- Association of accelerometer-derived step volume and intensity with hospitalizations and mortality in older adults: A prospective cohort study., Journal of sport and health science, 2022
- Association of Step Volume and Intensity With All-Cause Mortality in Older Women., JAMA internal medicine,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