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볕 산책, 부모님 몸의 시계와 잠 이야기

"요즘은 새벽 네 시면 눈이 떠져." 부모님께 이런 말씀을 들으면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하고 넘기기 쉬워요. 그런데 우리 몸에는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맞춰 도는 하루 리듬, 흔히 몸의 시계라고 부르는 것이 있고, 이 시계를 맞추는 가장 큰 신호가 빛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오늘은 걷는 운동 그 자체보다, 걸으며 쬐는 햇볕이 잠과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 연구로 살펴볼게요.
몸의 시계와 잠을 부르는 호르몬
밤이 되면 우리 몸에서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잠들 준비를 돕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멜라토닌은 어두울 때 늘고 밝은 빛을 보면 줄어드는 성질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낮에는 충분히 밝게, 밤에는 충분히 어둡게 지내는 것이 몸의 시계에 또렷한 신호를 주는 일로 여겨져요.
낮에 밝은 빛을 오래 본 어르신, 밤 멜라토닌도 많았어요
어르신들을 살펴본 한 연구가 이를 실제 생활 속에서 확인해 봤어요 [1]. 평균 나이 69.9세인 어르신 192명이 손목에 빛을 재는 기계를 차고 이틀씩 두 번 평소처럼 지냈고, 밤사이 소변으로 멜라토닌이 얼마나 나왔는지를 쟀어요.
어르신들이 하루 동안 1,000럭스 이상의 밝은 빛을 본 시간은 중간값이 72분이었어요 [1]. 럭스는 밝기를 재는 단위인데, 1,000럭스면 흐린 날 바깥 정도로 보통의 실내 조명보다 훨씬 밝다고 알려져 있어요. 분석해 보니 밝은 빛을 본 시간이 37분에서 124분으로 길어질 때 밤 멜라토닌 배출은 13.0% 많은 쪽이었어요 [1]. 낮에 밝은 빛을 오래 본 어르신일수록 밤에 잠을 부르는 호르몬이 더 많이 나오는 관련이 보였다는 뜻이에요.
밤에 침실이 밝으면 어땠을까요
반대로 밤의 빛은 어땠을까요? 또 다른 연구에서는 평균 나이 72.2세 어르신 857명의 침실 밝기를 직접 재고 잠을 살펴봤어요 [2]. 침실이 가장 밝은 무리는 가장 어두운 무리보다 스스로 불면을 느낄 가능성이 1.61배였어요 [2]. 여기서 1.61배는 나이, 성별, 낮 활동량 같은 다른 조건을 맞춘 뒤 두 무리의 가능성을 견준 값이에요.
손목 측정기로 잰 잠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였어요. 침실이 밝을수록 잠드는 데 오래 걸리고, 자다가 깨어 있는 시간이 길고, 전체 잠든 시간은 짧은 쪽이었어요 [2]. 낮은 밝게, 밤은 어둡게라는 말이 어르신들의 실제 생활에서도 맞아떨어진 셈이에요.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서도
영국에서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자료를 살펴본 연구도 있어요 [3]. 37세에서 73세 사이 참여자들이 낮 시간에 밖에서 보낸 시간은 하루 중간값 2.5시간이었어요. 밖에서 보낸 낮 시간이 한 시간 늘 때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더 수월하고, 피곤함을 덜 자주 느끼고, 불면 증상이 적은 쪽이었어요 [3]. 기분이 가라앉는 일도 덜 잦았고요. 연구진은 낮에 빛을 적게 보는 것이 기분과 잠에 중요한 환경 요인일 수 있다고 정리했어요 [3].
왜 그럴 수 있을까요
아침의 밝은 빛은 몸의 시계를 그날에 맞춰 다시 세우는 신호가 되고, 낮의 밝음과 밤의 어둠의 차이가 뚜렷할수록 하루 리듬도 또렷해진다고 알려져 있어요. 나이가 들면 밖에 나갈 일이 줄고 집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 이 신호가 약해지기 쉽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다만 이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설명이고, 위의 연구들이 그 원리를 직접 밝힌 것은 아니에요.
이 연구들로 말할 수 없는 것
위 연구들은 대부분 한 시점이나 짧은 기간을 들여다본 관찰연구예요. 원래 건강하고 잠을 잘 주무시는 분이 밖에 더 자주 나가셨을 수도 있어서, 햇볕이 잠을 좋게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영국 연구는 어르신만 모은 것이 아니고, 밖에서 보낸 시간도 참여자가 스스로 답한 값이에요 [3].
빛을 일부러 쬐는 치료는 또 다른 이야기예요. 기억력이 떨어진 어르신과 돌보는 가족 54쌍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2주 동안 아침마다 30분씩 아주 밝은 빛을 쬐었더니, 어르신의 누워 있는 시간과 잠든 시간이 오히려 줄었어요 [4]. 밝은 조명 기계를 따로 사서 쓰시기보다, 잠 문제가 오래가면 의료진과 먼저 상의해 보세요.
부모님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작은 실천
- 아침을 드시고 해가 난 뒤 집 근처를 한 바퀴 걸어 보세요. 흐린 날에도 바깥은 실내보다 훨씬 밝아요.
- 집에 계실 때는 커튼을 걷고 창가 자리에서 신문이나 차를 즐겨 보세요.
- 저녁에는 조명을 조금 낮추고, 잠자리에서는 불을 끄고 휴대전화 화면을 멀리 두세요.
- 다만 밤에 화장실에 가실 때 넘어지지 않도록 발밑만 은은하게 비추는 작은 등은 두시는 것이 안전해요.
햇볕이 강한 한낮에는 모자를 쓰고 물을 챙기시고, 눈에 질환이 있으시거나 무릎이 불편하시면 무리하지 마세요. 평평하고 밝은 길에서 짧게 시작해도 충분해요.
"내일 아침 해 뜨면 같이 한 바퀴 걸을까요?" 이 한마디가 부모님의 하루를 밝게 열고, 밤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드는 시작이 될지도 몰라요.
참고한 자료
- Positive effect of daylight exposure on nocturnal urinary melatonin excretion in the elderly: a cross-sectional analysis of the HEIJO-KYO study., 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2012
- Association between light exposure at night and insomnia in the general elderly population: the HEIJO-KYO cohort., Chronobiology international, 2014
- Time spent in outdoor light is associated with mood, sleep, and circadian rhythm-related outcomes: A cross-sectional and longitudinal study in over 400,000 UK Biobank participants.,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21
- Brief morning light treatment for sleep/wake disturbances in older memory-impaired individuals and their caregivers., Sleep medicine, 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