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수를 세면 정말 더 걷게 될까요

겨울 아침 도심 개천 옆 돌길을 걷는 할아버지를 그린 수채화

허리춤에 작은 만보기를 차고 다니시거나, 저녁마다 휴대전화를 열어 오늘 걸음 수를 확인하시는 부모님이 많아요. 그런데 걸음 수를 세는 것만으로 정말 더 걷게 될까요? 숫자가 보이면 괜히 한 바퀴 더 돌게 된다는 분도 있고, 금세 서랍에 넣어 두게 된다는 분도 있지요. 오늘은 걸음을 세고 목표를 정하는 일이 활동량과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 연구로 살펴볼게요.

걸음을 세기만 해도 걸음이 늘었어요

2020년 행동영양·신체활동 분야 학술지에 실린 분석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나온, 지역사회에 사는 성인 대상 무작위 시험을 모았어요 [1]. 무작위 시험은 참여자를 제비뽑기처럼 나눠 견주는 방식이라 비교적 믿을 만한 연구 방법으로 꼽혀요. 모두 70편이 포함됐고, 그중 57편 16,355명의 자료로 계산했어요 [1].

걸음 수를 재며 지낸 무리는 그렇지 않은 무리보다 4개월 이내에는 하루 1,126보, 6개월에는 1,050보를 더 걸었어요 [1]. 1년이 지나면 그 차이가 464보로 줄었고, 2년 시점에는 뚜렷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지만, 3~4년 시점에는 다시 434보 더 많은 쪽이었어요 [1].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어요. 몸에 차는 활동 추적기나 휴대전화 걸음 수 기능이 단순한 만보기보다 더 낫지 않았고, 오히려 덜 늘어나는 쪽이었어요. 상담이나 보상을 덧붙인 경우도 더 낫다는 근거는 없었어요 [1]. 연구진은 간단한 걸음 세기를 먼저 권할 만하다고 정리했어요 [1].

60~75세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시험

어르신만 따로 본 시험도 있어요. 2015년 영국 가정의원 세 곳에서 60~75세 어르신을 모아 진행한 연구예요 [2]. 150명은 석 달 동안 간호사와 네 번 만나 상담을 받으며 만보기로 걸음 수를, 활동 측정기로 운동 강도를 확인하고 활동 일기와 개인 계획을 썼어요. 148명은 평소대로 지냈어요.

석 달 뒤 상담 무리는 평소대로 지낸 무리보다 하루 1,037보를 더 걸었고, 한 번에 10분 이상 이어진 중간 강도 이상의 활동도 일주일에 63분 더 많았어요 [2]. 1년 뒤에도 하루 609보, 일주일에 40분이 더 많아 차이가 이어졌어요. 다치는 일이나 통증, 기분은 두 무리가 비슷했고, 참여한 어르신들과 간호사들은 이 방법을 즐겁게 받아들였다고 해요 [2].

목표를 정하고 누군가 함께 봐 주면

걸음 세기에 무엇을 더하면 좋을지 살펴본 분석도 있어요 [3]. 85편 연구, 1만 2천여 명의 자료를 모아, 스스로 걸음을 재는 것만 한 무리와 여기에 다른 방법을 더한 무리를 견줬어요. 다른 방법을 더한 쪽이 하루 926보를 더 걸었고, 시간이 지난 뒤에도 413보 더 많은 쪽이었어요 [3].

특히 정해진 걸음 목표가 있고, 사람이 직접 상담해 준 경우, 그중에서도 전화나 영상 통화로 이야기를 나눈 경우에 차이가 더 컸어요 [3]. 인쇄물이나 누리집, 휴대전화 앱, 보상을 더한 경우보다 나은 쪽이었지요. 앞의 분석에서는 상담을 더해도 더 낫지 않았다고 나와 결과가 조금 엇갈리지만, 걸음을 세는 일 자체가 출발점이라는 데에는 두 연구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1][3].

걸음이 늘어난 만큼 몸도 달라졌을까요

지역사회 어르신만 모은 23편의 시험, 4,566명을 분석한 연구도 있어요 [4]. 활동 추적기를 활용한 방법은 평소대로 지낸 경우보다 활동 시간과 걸음 수를 늘리는 쪽이었어요. 하지만 앉아 있는 시간, 체질량지수, 체지방,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걷기나 의자에서 일어서기 같은 몸 기능 검사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기존의 운동 프로그램보다 낫다고 하기도 어려웠고요 [4].

이 연구들로 말할 수 없는 것

걸음 수가 늘었다는 것이 곧 건강이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에요. 위의 연구들은 주로 걸음과 활동량을 쟀고, 몸의 변화까지 뚜렷하게 보인 것은 아니었어요 [4]. 또 시간이 지나면 차이가 줄어드는 모습도 보였어요 [1]. 참여자도 대개 스스로 걸을 수 있는 분들이었어요 [2]. 걸음 세기는 꾸준히 걷도록 돕는 도구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좋겠어요.

부모님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작은 실천

  • 처음 한두 주는 목표 없이 평소처럼 지내며 부모님의 평소 걸음 수를 알아보세요.
  • 목표는 남과 견주지 말고, 평소보다 조금 더 걷는 것으로 작게 정하세요.
  • 안부 전화에 "오늘은 몇 걸음 걸으셨어요?" 하고 여쭤 보세요. 누군가 함께 봐 준다는 느낌이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 목표를 못 채운 날에도 탓하지 말고, 걸으신 만큼을 칭찬해 드리세요.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시거나 넘어질까 걱정되신다면 숫자를 채우려 무리하지 마시고, 평평한 길에서 짧게 시작하세요. 지병이 있으시면 의료진과 먼저 상의해 보시는 것이 좋아요.

걸음 수는 부모님의 하루를 함께 들여다보는 작은 창이 되어 줄 수 있어요. 이번 주에는 숫자보다 그 숫자를 함께 들여다보는 대화부터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한 자료

  1. The effects of step-count monitoring interventions on physical activity: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community-based randomised controlled trials in adults.,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 2020
  2. A primary care nurse-delivered walking intervention in older adults: PACE (pedometer accelerometer consultation evaluation)-Lift cluster randomised controlled trial., PLoS medicine, 2015
  3. Do physical activity interventions combining self-monitoring with other components provide an additional benefit compared with self-monitoring alon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2
  4. Wearable Activity Tracker-Based Interventions for Physical Activity, Body Composition, and Physical Function Among Community-Dwelling Older Adults: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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