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신 뒤 부모님 걷기, 두려움부터 살펴요

집 앞 계단에서 한 번 넘어지신 뒤로 어머니가 "요즘은 그냥 집에 있는 게 편하다"고 하시나요. 크게 다치지 않으셨는데도 시장 가는 길, 경로당 가는 길을 하나씩 줄이신다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츠러드신 것일 수 있어요. 넘어지신 뒤 부모님 걷기가 줄어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에요. 넘어짐과 운동의 관계는 다른 글에서 다뤘으니, 오늘은 넘어짐에 대한 두려움과 다시 문밖으로 나서는 길을 다룬 연구들을 살펴볼게요.
넘어진 뒤, 어르신들이 겪는 마음
2024년 국제 간호학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지역사회에 사는 어르신이 넘어진 경험을 직접 이야기한 질적 연구 10편을 모아 정리했어요 [1]. 어르신들은 다친 곳의 통증과 함께 일상 활동과 사회 활동이 줄고, 혼자 해내던 일을 남에게 기대게 되며, 두렵고 무력한 마음을 겪었다고 해요 [1].
그런데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어르신들은 넘어진 뒤 왜 넘어졌는지 스스로 되짚고 위험한 것을 알아차렸고, 그 반응은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것도 있었어요 [1]. 보조기구를 쓰고, 위험한 것을 고치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몸과 마음을 꾸준히 살피는 것을 스스로 꼽은 대처법으로 들었다고 해요 [1]. 부모님도 지금 그 되짚는 시간을 지나고 계신 것일 수 있어요.
두려움이 걸음을 줄이기도 해요
2015년 시력과 넘어짐 두려움을 다룬 문헌고찰은 앞부분에서 넘어짐에 대한 두려움이 지역사회 어르신에게 흔하고, 넘어진 적이 없는 분에게도 생긴다고 정리했어요 [2]. 그리고 이런 두려움을 겪는 어르신의 절반 정도가 몸을 쓰는 활동과 일상 활동을 줄이며, 이것이 몸 기능의 저하와 우울, 오히려 더 넘어지기 쉬운 상태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어요 [2]. 조심하려고 줄인 걸음이 길게 보면 걸음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에요.
운동은 두려움을 조금 덜어 주는 쪽이었어요
2014년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은 지역사회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동과 넘어짐 두려움을 함께 본 연구 30편, 참여자 2,878명을 모았어요 [3]. 태극권과 요가, 균형 운동, 근력 운동이 들어 있었지요. 운동한 쪽은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 넘어짐에 대한 두려움이 작거나 중간 정도로 줄어드는 쪽이었고, 넘어지는 위험이나 횟수를 늘리지도 않았다고 해요 [3]. 운동하다 오히려 넘어질까 걱정하시는 부모님께 전해 드릴 만한 대목이에요.
2022년 물리치료 학술지에 실린 메타분석은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시험 75편을 모았는데, 여기서도 운동은 두려움을 작거나 중간 정도로 줄이는 쪽이었어요 [4]. 다만 운동 강도를 밝힌 시험이 25%뿐이어서, 얼마나 해야 가장 좋은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해요 [4].
생각을 함께 다루는 프로그램
몸만이 아니라 마음을 함께 다룬 방법도 있어요. 인지행동치료는 걱정을 키우는 생각을 살펴보고 바꿔 보는 상담 방법이에요. 이를 바탕으로 운동 등 여러 요소를 묶은 프로그램을 다룬 무작위 시험 15편, 60세 이상 3,165명을 모은 메타분석에서는,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뿐 아니라 6개월이 넘게 지난 뒤에도 두려움이 덜한 쪽이었어요 [5]. 시험 6편을 모은 다른 메타분석은 이런 프로그램의 핵심이 생각 바꾸기, 스스로 목표 정하기, 몸 움직이기를 북돋우는 것이라고 정리했어요 [6]. 연구진은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 운동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5].
이 연구들로 말할 수 없는 것
운동과 두려움을 본 코크란 문헌고찰은 근거의 질을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평가했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효과가 이어지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3]. 두려움 때문에 활동을 피하는 정도를 잰 연구는 하나도 없었다고 해요 [3]. 그래서 운동하시면 다시 바깥에 나가시게 된다고 원인과 결과로 말할 수는 없어요. 넘어진 경험을 모은 연구는 질적 연구 10편이라 모든 어르신에게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을 수 있어요 [1]. 또 어지럼이나 통증이 있거나 넘어지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먼저 의료진과 상의해 까닭을 살펴보세요.
다시 문밖으로, 이번 주에 해 볼 일
- 넘어진 날 이야기를 먼저 들어 드리세요. 어디서, 왜 넘어지셨는지 함께 짚어 보면 막연한 두려움이 고칠 수 있는 일로 바뀌기도 해요.
- 그 자리를 함께 고쳐 보세요. 어두운 계단에 불을 밝히고, 문턱과 미끄러운 바닥, 헐거운 신발을 살펴요.
- 처음에는 익숙하고 평평한 길을 짧게, 자녀가 곁에서 함께 걸어요. 다음 주에는 조금 더 멀리 가 보면 돼요.
- 지팡이 같은 보조기구를 권할 때는 "넘어질까 봐"보다 "더 멀리 다니시게"라고 말씀드려 보세요.
- 태극권이나 균형 운동 모임처럼 여럿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의료진과 상의해 찾아봐 드리세요.
- "조심하세요"만 되풀이하기보다 "오늘은 어디까지 다녀오셨어요?" 하고 작은 걸음을 함께 기뻐해 주세요.
두려움은 함께 줄여 가는 것
넘어지신 뒤의 두려움은 부모님이 약해지셔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나와요. 그 마음을 탓하지 않고 함께 걸어 드리면, 줄어든 걸음도 조금씩 다시 넓어질 수 있어요. 이번 주에는 부모님께 "집 앞까지만 같이 다녀와요" 하고 먼저 청해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한 자료
- Perspectives and experiences of community-dwelling older adults who experience falling: A qualitative meta-synthesis., International journal of nursing sciences, 2024
- Fear of falling in vision impairment., Optometry and vision science : official publication of the American Academy of Optometry, 2015
- Exercise for reducing fear of falling in older people living in the community., The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14
-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Exercise Interventions and Use of Exercise Principles to Reduce Fear of Falling in Community-Dwelling Older Adults., Physical therapy, 2022
- Effectiveness of cognitive behaviour therapy-based multicomponent interventions on fear of falling among community-dwelling older adul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ournal of advanced nursing, 2019
- Cognitive behavioural therapy for fear of falling and balance among older peopl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ge and ageing, 2018


